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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와 함께하는/일상의 기록

D+85. 늦은 배앓이로 노심초사하다

어제는 뽕이가 태어난지 85일째 되는날.
시댁 근처에서 볼일이 있어 겸사겸사 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다. 집에서 거리가 좀 되기에 뽕이가 얌전히 가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시댁에 도착했고 여느때처럼 어머님은 저녁식사를 준비중이셨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말로만 듣던 신생아 배앓이를 뽕이 생후 85일째 저녁에서야 드디어(?) 경험했다. 처음엔 배앓이가 아니라 보통의 잠투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악을 쓰고 울어서 평소의 수면의식은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원래 잠투정할때 해주는 수면의식은..
  1) 배채우기(모유 분유 상관없이)
  2) 가슴으로 안아 토닥토닥하며 걸어다니기
  3) 자장가 불러주기
  4) 3단계까지 하고도 눈이 말똥말똥할때/1단계부터 분유를 거부할 때 : 팔베개하고 누워서 젖물리기

이렇게 진행된다. 조리원에서 잦은 밤중수유로 너무 피곤해진 나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 누워서 수유를 하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뽕이의 가장 편안한 수면의식은 안겨 누워서 젖을 물고 자는 것으로 고정된 것이다.

만병통치약처럼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아이를 재울 수 있는 '누워서 수유하기 신공'을 실행했음에도 파르르 떨리는 목젖이 다 보일 정도로 기를 쓰고 우는 아이. 나도 몰랐고 어머님도 몰랐고 같이 있던 가족들 다 몰랐다. 그게 배앓이=영아산통인줄은. 가족 중에 아무도 배앓이를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ㅠㅠ

 



30분이 넘도록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조리원에서 배웠던 배앓이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냈다. 내가 아는 배앓이는:
  1) 정확한 원인은 없으나 소화불량, 변비, 맞지 않는 분유 등을 원인으로 추정
  2) 모유아가보다 분유아가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남
  3) 초저녁 이후에 갑자기 크게 우는데 보통 2시간 정도 지속됨
  4) 온몸에 힘을 주어 배가 단단하고 주먹을 꽉 쥐며 다리를 하늘로 들고 강하게 움
요런 특징이 있는데, 평소 나는 분유보다 모유를 많이 먹이기도 했고 모유가 잘 안나올때 분유를 계속 먹여도 아무 이상이 없었기에 해당이 안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85일만에, 잠시 육아를 쉽게 생각했던 초보엄마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거다.

우리 아이의 상태와 증상은 :
  1) 3일째 변을 못봐 배가 올챙이 배였음
  2) 변을 잘 못보니 방귀냄새가 지독함~ㅋ.ㅋ
  3) 같이 누워 자면서 수유를 자주 한 탓에 트림을 많이 안했음(모유는 열심히 트림 안해도 된다하여 그랬기도 함)
  4) 저녁 7시쯤 갑자기 울기 시작.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꽉 쥐고 배에 힘을 주고 계속 울었음(2시간)
  5) 배를 마사지 해주려고 만지면 더 강하게 울었음


배를 만지면 더 강하게 울고 변도 못본 상태라 변비로 인한 영아산통일거라고 짐작됐다. 그러나 영아산통은 그칠때까지 마사지해주는 방법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서 나도 싫다는 아이를 계속 마사지해보다 결국엔 안고서 온 방을 돌아다녔다. 너무 심하게 우니 더이상 마사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2시간쯤 지나자 뽕이 스스로 지쳐 잠들었고, 갑작스러운 시댁에서의 배앓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변을 본 것도 아니고 병원에 데려간 것도 아니지만 아기 본인이 지칠만큼 울면 자연스럽게 그친다. 참으로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웠다. 이제 이렇게 혼비백산할 일이 자주 있을지도 모르고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웠다.

오늘은 다행히 아침부터 마사지를 계속 해줘 변을 봤고, 다시 배앓이를 하지 않았다. 쁘리마쥬 오일로 조리원에서 배운 모든 마사지를 해주느라 평소보다 뽕이를 자주 오래 눕혀놨는데도 울지도 않고 가만히 잘 있던 걸 보니 마사지를 즐기는 것 같다. 잠깐씩 배에서 꾸륵꾸륵 가스 내려오는 소리도 들려 마사지가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못보던 변을 보다니, 마사지의 효과가 실제 강력[!]한 것 같아 더욱 마사지를 열심히 해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래 두가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잊지 말아야지.
  1) 배앓이는 백일 전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 육아의 긴장 늦추지 말기
  2) 배아프고 울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에 만전을 기하자 - 마사지 자주 해주기

마지막으로..
최근 이런 말을 알게 되었다.
육.퇴. = 육아퇴근
이번처럼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고 나면 정말 그리워지는 말인데, 막상 지금처럼 재워놓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금방 뽕이가 일어나 나랑 눈을 마주쳐줬음 좋겠다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든다. 언젠가 영원히 육퇴할 때를 생각하니 벌써 시원섭섭해지는건 왜지? 백일도 안된 애를 두고 너무 멀리 갔나..? 아무튼. 배앓이마저도 사랑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 뽕이를 배앓이와 변비로부터 해방시켜준 필수템 발견!!! ]